미국이 연준 중심의 중앙은행 디지털통화(CBDC) 연구를 중단하고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 발행으로 방향을 전환하면서, 기축통화 전략의 중대한 변화가 진행 중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런 흐름 속에서 전문가들은 스테이블코인이 CBDC보다 현실적인 대안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또 스테이블코인의 안정성과 신뢰성 확보를 위해 기술 발전과 제도 개선을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스테이블코인, CBDC보다 실용적 대안으로 부상”

1일 한국금융ICT융합학회는 국회의원회관 제6간담회실에서 개최한 '스테이블코인의 화폐금융사적 의의와 한국의 대응전략' 금융포럼에서 이같은 의견들이 나왔다.  오정근 한국금융ICT융합학회장은 개회사에서 미국 스테이블코인 발행의 배경에 대해 분석했다. 

오정근 학회장은 “미국이 그동안 연준을 중심으로 연구해 오던 중앙은행 디지털통화(CBDC)를 금지하고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기로 한 것은 세계 기축통화 달러 정책의 근본적 변화가 배경에 깔려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김덕태 고등지능원장은 미국의 중앙은행 CBDC 정책에 대해 진단했다. 

김덕태 원장은 “미국은 자유를 중시하는 국가이며, 특히 트럼프 정부 시절에는 개인 자유를 강조했기 때문에 CBDC 도입 시 모든 거래가 정부에 의해 감시되고, 민간이 개입할 여지가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반면, CBDC 도입시 중앙은행이 직접 코인을 관리하고, 연방 정부의 권력과 금융 주권이 집중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미국은 CBDC 대신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는 게 김덕태 원장의 분석이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CBDC보다 스테이블코인이 더 적합한 대안이 될 것으로 봤다. 그는 “한국은행이 추진하는 CBDC보다 예금 쿠폰과 유사한 방식, 즉 스테이블코인 기반의 결제 시스템이 오히려 현실적이고 효율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전형적인 스테이블코인인 USDT나 USDC의 경우 규제가 가능하다는 점에 주목했다. 김덕태 원장은 “많은 사람들이 스테이블코인을 단순히 위험하다고만 생각하지만, 미국은 이를 일정 수준 규제할 수 있기 때문에 권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 “스테이블코인 신뢰, 기술·제도 개선이 열쇠”

스테이블코인은 블록체인 상에서 운영되지만, 블록체인 자체가 탈중앙화돼 있다고 해서 무규제 상태는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발행사가 존재하고, 이 발행사가 스마트 컨트랙트를 구현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정부가 이를 규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스마트 컨트랙트 안에는 규제 장치가 포함될 수 있으며, 발행사를 관리하는 주체가 자금 세탁 방지와 거래 추적을 수행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문종진 연세대 경제대학원 교수는 스테이블코인 신뢰 문제와 관련해 “신뢰가 무너질 경우 코인런이 발생해 투매로 이어지고, 가격이 급락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런 현상은 주요 자금시장을 교란하고, 다른 스테이블코인이나 전통 금융기관으로 위험이 전이될 수 있다”며 “대형 스테이블코인 발행사 또는 월렛 제공자의 실패는 시스템 리스크의 원칙에 따라 금융 안정과 실물 경제 전반에 충격을 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덕태 원장은 과거 테라(LUNA) 사태를 언급했다.

기술적 오류나 운영 실패로 스테이블코인이 갑자기 폭락하는 사례는 드물다는 것이다. 김덕태 원장은 "문제 가능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전 세계적으로 관련 기술과 제도 개선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며 “중앙은행 발행사만 믿고 진행하는 데 한계가 있으므로 규제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담보 보장, 금융 안정성, 투명성 확보, 공시 등 다양한 규제 장치를 통해 문제를 차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스테이블코인 중앙화와 탈중앙화를 함께 고려할 것도 제안했다. 그는 "두 가지 모두 경쟁 구도 속에서 검토하고, 기술 발전과 제도 개선을 병행할 때 신뢰성과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