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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인협회가 배임 기소 사실이 공시된 기업에서 이후 현금보유비율이 높아지는 경향이 나타났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습니다. 기업들이 배임 리스크에 노출된 이후 재무정책을 보다 보수적으로 운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입니다.
한경협은 26일 지인엽 동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에게 의뢰한 ‘배임죄 적용이 기업의 위험회피 성향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보고서는 2016년부터 2026년까지 배임 기소 사실을 공시한 119개 상장사의 1,531개 분기 관측치를 대상으로 공시 전후 기업의 현금보유비율 변화를 분석했습니다.
분석 결과 배임 기소 공시가 발생한 분기부터 이후 7분기 동안 기업의 현금보유비율은 대체로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공시 분기에는 직전 분기 대비 1.7%포인트 높아졌고, 1분기 이후 3.1%포인트, 2분기 이후 3.6%포인트, 4분기 이후 4.4%포인트, 5분기 이후 5.3%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추정됐습니다. 6분기 이후에는 상승폭이 3.9%포인트로 낮아졌지만 7분기 이후 다시 5.4%포인트까지 확대됐습니다.
7분기 이후 현금보유비율 상승폭인 5.4%포인트는 분석 대상 기업의 평균 현금보유비율 12.0%의 약 45%에 해당합니다. 보고서는 현금이 대표적인 저위험 자산이라는 점에서 배임 사건 이후 현금 비중이 중장기적으로 확대된 현상이 기업의 위험회피 성향 강화와 재무정책 보수화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설명했습니다.
배임·횡령죄의 높은 무죄율도 경영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지적됐습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24년까지 배임·횡령죄의 1심 무죄율은 평균 6.2%로 형법 전체 범죄 평균인 3.0%의 두 배를 웃돌았습니다. 최종 유·무죄 판단에 앞서 기소와 공시 자체가 기업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입니다.
한국의 배임죄 처벌 체계가 주요국에 비해 강하다는 점도 언급됐습니다. 미국과 영국은 별도의 배임죄 규정 없이 관련 행위를 사기·횡령이나 민사책임으로 다루고 있으며, 독일과 일본은 경영판단원칙을 폭넓게 적용해 고의성이 없는 경영진의 책임을 제한하고 있다고 보고서는 설명했습니다. 반면 한국은 형법상 업무상 배임죄에 더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을 적용해 이득액이 50억원 이상일 경우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을 선고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한경협은 현행 배임죄 규정이 경영진의 고의적인 사익 편취를 제재한다는 취지를 넘어 정상적인 경영 판단까지 위축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본부장은 배임 기소가 최종 유·무죄 판단과 관계없이 기업의 혁신과 투자활동을 위축시킬 소지가 있다며, 배임죄 구성요건을 명확히 하고 경영판단원칙을 법률에 명문화해 기업의 예측 가능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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