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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칠게 밀고, 부드럽게 달린다"…기아式 픽업 '타스만' [김홍모의부릉부릉]

  • 오래 전 / 2025.05.08 16:4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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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단·SUV 중심 전략서 픽업으로 외연 확장
국내엔 가솔린, 해외용 디젤 모델 별도 운영
최저지상고 234~252mm로 험로 대응 설계
전방 하부 비추는 '그라운드 뷰'로 시야 확보

[앵커]
기아가 첫 픽업트럭 타스만을 선보이며 상품 라인업을 넓혔습니다.

험로 주행 성능과 실용성을 앞세워 국내는 물론 해외 시장까지 겨냥한 전략 모델인데요.

실제 주행 환경에서 타스만이 어떤 성능을 발휘하는지, 김홍모 기자가 직접 확인했습니다.

[리포트]
짙은 안개가 내려앉은 강원도 인제의 산자락. 빙어축제 주차장 한쪽에 진흙이 묻은 타이어와 흙먼지가 뒤섞인 픽업트럭들이 줄지어 있습니다. 기아의 첫 정통 픽업트럭 '타스만'이 탑승자를 기다리고 있는 모습입니다.

이곳을 베이스캠프로, 거친 산악 임도부터 특설 오프로드 코스, 일반 도로까지 세 가지 코스 주행으로 구성된 시승 행사에 참가해 타스만을 몰아봤습니다.

타스만의 첫 인상은 투박하면서도 세련된 디자인입니다. 화려함보다 기능에 충실한 정직한 선과 면으로 이루어진 외관은 정통 픽업의 강인함을 드러냅니다.

전면에는 가로로 넓은 타이거 노즈 그릴과 세로형 LED 시그니처 램프가 자리해 자신감 넘치는 표정을 짓고 있고, 앞범퍼는 스키드 플레이트를 적용해 바위나 돌로부터 엔진 하부를 보호합니다. 또한 앞바퀴 하단이 노출되도록 범퍼 모서리를 디자인해 진입각을 극대화했는데, 기본 모델의 접근각은 28.9°이고 오프로드 특화 트림인 X-Pro 모델은 전용 범퍼로 32.2°까지 확보했습니다.

측면은 직선 형태로 세운 A필러와 볼륨감 있는 펜더로 강인한 실루엣을 갖췄고, 적재함 측면에는 사이드 스토리지 같은 수납공간이 마련돼 있어 실용성을 높였습니다. 후면 범퍼 모서리엔 발판 겸용 스텝이 있어 짐칸 접근이 쉽고, 게이트에는 큼직하게 'TASMAN' 레터링이 양각돼 있습니다.

실내에 올라타면 고급 SUV 못지않은 세련된 인테리어가 펼쳐집니다. 수평형 대시보드와 넓은 파노라믹 와이드 디스플레이가 시원한 개방감을 주고, 정밀 가공된 물리 버튼들이 어우러져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냅니다.

특히 계기판과 내비게이션이 이어진 광폭 디지털 디스플레이는 최신 커넥티드 기능과 OTA 업데이트까지 지원해 첨단감을 주며, 동급 최대의 2열 공간은 성인 3명이 여유롭게 탈 수 있을 만큼 넉넉합니다.

2열 시트는 등받이 각도를 기울여 장거리 탑승시 편의를 높였고, 1열과 2열에 무선충전 패드가 각각 마련될 정도로 편의사양도 풍부합니다.

콘솔 암레스트 상부에는 폴딩 콘솔 테이블을 숨겨둬 필요시 펼쳐 노트북 작업대나 간이 식탁으로 활용할 수 있고, 조수석 앞 크래시패드에도 별도 수납함을 두는 등 곳곳에 실용적인 아이디어가 돋보입니다.

전반적으로 픽업 트럭 이상의 안락함과 품격을 갖춘 실내 공간이라는 것이 시승 참가자들의  공통된 평가입니다.

시승 첫 번째 코스는 산악 임도 주행이었습니다. 인제군 비봉산 자락 해발 740m 고지까지 이어지는 약 15km 길이의 비포장 산길을 타스만 차량들이 줄지어 올랐습니다.

이 구간은 비가 오면 진흙탕이 되고, 건조하면 자갈과 모래가 든 땅이 단단해지는 변덕스런 노면으로, 웬만한 차량으로는 진입조차 어려운 험로였습니다.

깊은 진흙 구간에선 'Mud(진흙)' 모드를 활성화해 출력을 미세하게 제어하며 천천히 앞으로 나아갔고, 바위가 많은 돌길 구간에선 곧바로 'Rock(바위)' 모드로 바꾸어 네 바퀴의 접지력을 극대화했습니다

진창과 돌이 뒤섞인 불규칙한 경사에서도 전자식 LSD와 '전자식 디퍼렌셜 락(e-LD)'의 개입으로 헛바퀴 없이 네 바퀴가 꾸준히 지면을 잡아주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차는 큰 진동이나 미끄러짐 없이 꾸준히 언덕을 올라갔고, 마침내 정상 부근에 도착하자 탁 트인 인제읍 풍경이 한눈에 들어왔습니다. 약 30도 급경사와 깊은 웅덩이도 뒤뚫고 올라온 타스만의 주행에 동행한 전문가 역시 "험로를 이 정도로 편하게 오른 건 처음"이라며 놀라워했습니다.

내려오는 길에는 'X-Trek' 모드가 위력을 발휘했습니다. 저속 오프로드 전용 크루즈 기능인 X-Trek을 작동시키자 차량이 자동으로 시속 10km 이하의 속도를 유지하며 가파른 내리막 진흙길을 천천히 내려왔습니다.

운전자는 가속페달이나 브레이크를 밟을 필요 없이 조향만 하며 안전하게 내려올 수 있었고, 약 한 시간에 걸친 임도 코스를 타스만은 단 한 대의 안전사고 없이 모두 완주했습니다. 고속주행용 8단 자동변속기임에도 이런 세밀한 저속 제어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타스만의 온·오프로드 겸용 설계를 엿볼 수 있었습니다.

두 번째 오프로드 코스에서는 타스만의 험로 주행 성능을 시험해 봤습니다. 기아가 행사장 한쪽에 인공으로 조성한 이 오프로드 트랙은 총 7개 구간으로 구성됐는데요. 깊은 진흙탕, 바위 언덕, 사면 경사로에 더해 수심 60cm에 달하는 물웅덩이까지 실제 오프로드 못지않게 다양하게 마련됐습니다.

먼저 진흙탕 구간에 돌입하기 전, 차고를 살펴보니 최저지상고는 기본 234mm, X-Pro 트림은 252mm로 꽤 높아 차체가 바닥에 걸릴 걱정은 덜었습니다.

깊은 진흙탕에 진입했지만, 저단 기어와 네 바퀴 굴림의 힘으로 탈출이 수월했습니다. 이어진 강물 도강 테스트에서는 600mm 깊이의 물속을 서서히 주행해 건너갔는데, 엔진 공기가 들어가는 흡기구를 펜더 상단 높이로 배치한 덕분에 물에 잠겨도 문제가 없었고, 물결이 일렁이는 파도에도 주행은 안정적으로 나아갔습니다. 타스만의 공식 도하 가능 수심은 800mm(시속 7km 기준)로 동급 최고 수준인데, 이는 경쟁 모델인 포드 레인저와 동률입니다.

가파른 경사 장애물에서는 앞서 언급한 우수한 접근각과 더불어, 노면을 비추는 그라운드 뷰 모니터 화면이 크게 한몫했습니다. 대시 화면을 통해 눈으로 직접 보기 힘든 전방 아래쪽 지형을 실시간으로 확인하면서 바퀴를 정확히 어디로 디뎌야 할지 판단할 수 있었고, 이에 따라 차체 하부가 바위에 걸리는 일 없이 장애물을 통과할 수 있었습니다. 

경사로 저속 주행 보조(HDC), 경사로 밀림 방지(HAC) 등 SUV에 적용돼온 험로 주행 보조장치들도 빠짐없이 탑재돼 초보 운전자도 안심하고 도전할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통해 타스만의 오프로더로서의 면모를 유감없이 느낄 수 있었습니다.

험지를 누빈 뒤 마지막으로 일반 공도 주행에 나섰습니다. 인제군 일대 포장도로와 국도를 약 1시간 달리며 온로드에서의 주행감을 살펴봤는데요. 시승 행사 코스에는 노면이 거친 콘크리트 포장도로와 마을 근처의 솟은 과속방지턱 등이 많은 구간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이는 보디 온 프레임 특유의 한계를 체감해 보라는 취지였는데, 실제로 전통적 프레임 차대 방식 픽업들은 잔진동이 실내로 전달되어 승차감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타스만은 의외로 안락한 승차감을 선사했습니다. 노면 요철을 넘을 때 충격이 크게 튀거나 차체와 프레임이 따로 노는 불쾌한 떨림 없이 비교적 일체감 있는 주행이 가능했습니다.

기아 측은 이를 위해 리프 스프링 후륜 서스펜션을 정교하게 설계했다고 밝혔습니다. 일반적인 후륜 리프 스프링과 달리 하이브리드 세미엘립틱 타입을 적용해, 평소엔 스프링이 유연하게 움직여 노면 진동을 걸러주고 무거운 짐을 실으면 보조 스프링이 단계적으로 개입해 강성을 높이는 구조입니다. 또한 마지막 리프 한 장은 거꾸로 휜 형태로 달아 오프로드에서 바퀴가 심하게 상하로 움직일 때 차체가 출렁거리지 않도록 잡아주는 역할을 합니다.

실제 주행에서도 이러한 기술적 노력이 빛을 발해, 공도에서의 거동은 기존 픽업 트럭과 달리 승용 SUV에 가까운 안정감을 보여주었습니다.

고속 주행 시 엔진 소음과 풍절음도 잘 억제된 편이었고, 노면 소음은 오프로드용 올터레인 타이어 특성상 조금 들리는 정도였습니다. 시속 100km 이상에서도 차체가 흔들림 없이 직진 안정성을 유지해 장거리 크루징에도 충분해 보였습니다. 파워트레인 성능도 직접 확인해봤습니다. 시승차는 최고출력 281마력(ps), 최대토크 43.0kgf·m의 직렬 4기통 2.5리터 터보 가솔린 엔진을 탑재한 다이내믹 X-Pro 트림이었습니다.

공차중량 2.3톤에 이르는 차체를 이 엔진이 어떻게 끌고 갈지 궁금했지만, 가속페달을 깊게 밟으면 터보차저가 회전수를 끌어올리며 묵직한 차체를 경쾌하게 밀어붙였습니다. 저속에서는 토크풀한 응답으로 산길을 거뜬히 올라섰고, 고속도로 합류 시에도 즉각적인 킥다운으로 속도를 높여 답답함이 없었습니다.

동일 엔진이 장착된 기아 모하비보다 차체가 가벼운 덕분에 체감 가속력은 오히려 민첩하게 느껴졌습니다. 변속기도 8단 자동이라 단수가 매끄럽게 넘어갔습니다.

다소 아쉬웠던 점은 스티어링 칼럼에 달린 기어 변속레버였습니다. 승용차의 전자식 칼럼식 변속레버를 채택했는데, 오프로드에서 전진과 후진을 반복해야 할 경우 이 레버를 돌려 조작하는 방식이 약간은 번거롭게 느껴졌습니다.

타스만은 국내 모델에는 가솔린 터보만 출시되지만, 해외 시장을 겨냥해 디젤 엔진도 준비되어 있습니다. 호주 등지에는 2.2리터 디젤 모델이 투입될 예정인데, 출력은 약 210마력(154kW)에 토크 44.1kgm(441Nm)로 힘 중심의 세팅입니다.

국내 가솔린 모델과 동일하게 8단 자동변속기와 4WD 시스템을 공유하며, 이러한 파워트레인 조합으로 최대 3.5톤에 달하는 견인 능력을 발휘합니다.

이는 캠핑용 트레일러나 보트, 혹은 대형 카라반을 견인할 수 있는 수준입니다. 적재 능력도 기본 적재함 용량이 1,173ℓ(VDA 기준)에 이르고 최대 적재 중량은 800kg 이상을 견딜 수 있어, 일상 레저부터 전문 작업 현장까지 대응이 가능합니다.

이러한 강력한 적재·견인 능력과 뛰어난 험로 주파력 덕분에, 타스만에 대해선 정통 픽업트럭의 본질을 충실히 해냈다는 평가를 내리고자 합니다.

탄탄한 상품성을 바탕으로 국내 팬층뿐 아니라 해외 공략까지 염두에 두고 있는 모델인 만큼, 기아로서도 전략적으로 중요한 차량입니다.

기아는 타스만을 올해 국내 출시한 데 이어, 내년부터 호주와 동남아, 중동 등 글로벌 시장에 순차적으로 선보일 예정입니다. 픽업트럭 수요가 높은 호주를 시작으로 글로벌 경쟁에 뛰어든다는 전략입니다.

이를 통해 기존에 기아가 약세였던 픽업·상용 라인업을 보강하고, 글로벌 완성차 메이커로서 포트폴리오를 한층 넓히겠다는 포부입니다. 업계 전문가들은 "타스만이 호주 등에서 성공한다면, 기아는 세단부터 대형 SUV, 픽업트럭까지 모두 갖춘 브랜드로 자리매김할 것"이라며 향후 북미 시장까지 염두에 둔 장기적 경쟁력 확보의 포석으로 보고 있습니다. 

실제 호주 시장의 최대 경쟁차인 토요타 하이럭스나 포드 레인저와 견주어도 성능 면에서 손색이 없고, 가격 측면에서도 국내 판매가 3천만 원대 후반부터 시작해 경쟁 모델 대비 합리적이다는 장점을 가집니다. 물론, 향후 현지 생산이나 물류비 절감 등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도 가격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지는 추이를 살펴봐야 할 겁니다.

이번 시승을 통해 타스만이 기아가 심혈을 기울여 내놓은 야심작이라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험로 주파 성능, 실용성, 온로드 주행감각까지 전천후 능력을 골고루 갖춘 타스만.

국내 소비자들에게는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열어줄 다목적 아웃도어 차량으로, 글로벌 무대에서는 한국 자동차 기술의 저력을 과시할 역작으로 평가받게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지금까지 강원도 인제에서 팍스경제TV 김홍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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