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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서남권 메모리 팹 4기 전력 수요 6.3GW…"안정적인 전력 공급부터 검증해야"

  • 오래 전 / 2026.07.09 16:3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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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지보다 전력 검증 먼저"…반도체 클러스터 선정 절차 문제 제기
메모리 팹 4기 전력 수요 6.3GW…대도시 6곳 전력 맞먹는 수요
재생에너지만으론 한계"…송전망·원전 전력 인프라 재검토 필요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열린 '대한민국 반도체 미래지도와 인프라 Part1. 전력' 토론회가 개최됐다. [사진=임해정 기자]

정부가 메가프로젝트를 통해 서남권에 반도체 생산기지와 AI 데이터센터 조성을 추진하면서 전력 인프라 확보가 최대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반도체 공장은 단 한 번의 정전에도 막대한 생산 차질이 발생하는 만큼 입지를 결정하기에 앞서 전력 공급 능력과 송전망 등 핵심 인프라를 먼저 검증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열린 '대한민국 반도체 미래지도와 인프라 Part1. 전력' 토론회에서 김경기 반도체공학회 수석부회장은 "입지는 정치가 아니라 20년 이상 가동될 산업 인프라의 최적화 문제"라며 "전력과 용수, 인력 등 핵심 조건을 정량적으로 검증한 뒤 입지를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입지보다 전력 검증 먼저"…반도체 클러스터 선정 절차 문제 제기

김 수석부회장은 현재 반도체 클러스터 논의가 입지 결정 이후 전력과 용수 공급 방안을 찾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수석부회장은 "먼저 확인할 질문은 어느 지역이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조건을 가장 잘 충족하는가"라며 "입지를 먼저 결정한 뒤 인프라를 맞추는 것이 아니라 전력과 용수, 인력 등 핵심 요건을 객관적으로 비교한 후 입지를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도체공학회는 반도체 클러스터 입지를 결정하는 요소로 ▲전력 ▲용수 ▲인력 ▲산업 생태계 ▲부지·물류 ▲정주 여건 ▲거버넌스 등 7가지를 제시했다. 이 가운데 전력·용수·인력은 반도체 공장 가동 자체를 좌우하는 필요조건이며 나머지는 경쟁력을 높이는 충분조건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전력은 세 가지 필요조건 가운데서도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송전망과 발전설비 구축에는 긴 시간이 소요되고 사후 보완도 쉽지 않은 만큼 입지 선정 단계부터 가장 먼저 검증해야 할 요소라는 것이다.

김 수석부회장은 현재 정부의 결정 과정이 지난 2023년 용인 국가산업단지 조성과 유사하다고도 지적했다. 당시에도 부지를 먼저 확정한 뒤 전력 공급 문제가 불거졌고 송전망 구축 과정에서 주민 반대와 계통 문제 등이 이어졌다는 것이다.

김 수석부회장은 "성급함은 지역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 일정이 공학 검증을 앞지른 절차의 문제"라며 "반도체 클러스터는 5년짜리 정책이 아니라 수십 년간 운영될 국가 산업 인프라이기 때문에 객관적인 검증 절차가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열린 '대한민국 반도체 미래지도와 인프라 Part1. 전력' 토론회에서 김경기 반도체공학회 수석부회장이 발제를 하고 있다. [사진=임해정 기자]

◆ 메모리 팹 4기 전력 수요 6.3GW…대도시 6곳 전력 맞먹는 수요

반도체 공장에서는 전기가 단순한 기반시설이 아니라 생산설비에 해당한다. 반도체 제조 공정은 짧은 정전에도 웨이퍼가 폐기될 수 있어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반도체 생산의 핵심 요소로 꼽힌다.

실제로 삼성전자 오스틴 공장은 2021년 미국 텍사스 한파로 전력 공급이 중단되면서 약 6주간 생산이 멈췄고 삼성전자 평택공장도 2018년 28분간 정전으로 약 500억원의 피해를 입었다. TSMC 역시 2021년 대만 타이난에서 지중 전력선 손상으로 정전이 발생해 수1000만 달러 규모의 손실을 입었다. 

반도체 공정이 고도화될수록 전력 수요는 더욱 커진다. 로직(시스템반도체) 팹은 EUV(극자외선) 노광장비 사용이 확대되면서 장비 한 대당 최대 1.17MW의 전력을 소비하고 공정이 미세화될수록 전력 사용량도 증가한다. 메모리 팹은 단일 캠퍼스에 기가와트(GW)급 전력이 24시간 지속적으로 공급돼야 하는 전력 규모의 산업이다.

김 수석부회장은 정부가 발표한 서남권 반도체 클러스터는 메모리 팹 4기 기준 약 6.3GW의 상시·무정전 전력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1.4GW급 대형 원전 4.5기가 100% 가동해야 공급 가능한 규모다. 여기에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와 AI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까지 더하면 국가 전력망 전체를 다시 설계해야 할 정도의 규모라고 진단했다. 

김 수석부회장은 "6.3GW는 130만~140만 명 규모의 대도시 6곳이 사용하는 전력량과 맞먹는 수준이고 반도체 공장만 계산한 수치"라며 "향후 소부장 기업과 배후 도시까지 조성되면 실제 전력 수요는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의 기존 전력수급계획은 AI 데이터센터와 메가 프로젝트 수요까지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만큼 새로운 전력 공급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재생에너지만으론 한계"…송전망·원전 전력 인프라 재검토 필요

김 수석부회장은 "서남권이 국내 최대 재생에너지 잠재력을 보유한 점은 인정한다"며 "이것만으로 반도체 클러스터에 필요한 상시 전력을 공급하기는 어렵다"고 진단했다.

호남 지역에 국내 태양광 설비의 약 39%가 집중돼 있고 신안 해상풍력도 대규모로 추진되고 있지만 반도체 공장은 24시간 365일 동일한 품질의 전력을 공급받아야 한다. 태양광은 이용률이 14~16% 수준에 불과하고 야간에는 발전이 불가능하며 ESS를 통한 저장 역시 막대한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

특히 해상풍력은 허가 용량이 35.8GW에 달하지만 실제 상업 운전 중인 설비는 0.35GW 수준으로 허가 대비 약 1%만 전력을 생산하고 있다. 김 수석부회장은 "허가된 GW와 실제 전기를 생산하는 GW는 전혀 다른 개념"이라며 "재생에너지가 풍부하다는 것과 반도체 공장에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고 말했다.

또 전력계통은 평균적인 상황이 아니라 최악의 상황을 기준으로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파와 무풍, 야간이 동시에 발생하는 상황에서도 반도체 공장이 정상 가동될 수 있도록 N-1, N-2 수준의 신뢰도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수석부회장은 "평균적으로 가능한가가 아니라 최악의 날에도 가능한가를 따져야 한다"고 말했다.

송전망 문제도 핵심 과제로 꼽았다. 서남권에서 생산한 전력을 서남권 반도체 클러스터에 모두 사용할 경우 기존 용인 클러스터에는 어떤 방식으로 전력을 공급할 것인지에 대한 해법이 아직 제시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신규 송전선 건설 역시 주민 수용성과 인허가 문제로 장기간이 소요되는 만큼 발전설비뿐 아니라 송전망 구축 계획까지 함께 검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미국의 반도체 지원 정책인 '칩스(CHIPS)법'처럼 후보지를 객관적인 평가 기준으로 검증하고 결과를 공개하는 절차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김 수석부회장은 "입지가 전력을 찾는 것이 아니라 전력이 입지를 찾아야 한다"며 "검증이 정치를 이기는 구조를 만들어야 대한민국 반도체 경쟁력을 지킬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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