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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항공기 엔진도 '메이드 인 코리아'…한화에어로, 국내 독자 기술로 수출 경쟁력 강화

  • 오래 전 / 2026.07.07 20:2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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력·온도·진동 실시간 측정…데이터로 정밀도 검증하는 항공엔진
무인운반로봇·자동창고·무인가동…24시간 돌아가는 엔진공장
5500파운드에서 2만4000파운드까지…첨단 항공엔진 독자 개발

지난 6일 경남 창원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창원1사업장에 들어서자 지난해 4월부터 본격 가동 중인 항공엔진 신공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조립 공간 2400평, 자동화 보관창고 2500평 규모에 달하는 이곳에서는 한국형 전투기 KF-21에 탑재되는 F414 엔진과 경공격기 FA-50용 F404 엔진 등 다양한 항공엔진이 조립된다.

공장 안으로 들어서자 국방과학연구소(국과연)와 함께 국내 독자 기술로 개발한 저피탐 무인편대기용 5500파운드(lbf)급 터보팬 엔진과 중고도 무인기용 1400마력급 터보프롭 엔진 시제가 나란히 모습을 드러냈다. 7일 지상시험 착수식을 앞두고 처음 공개된 엔진들이다.

1400마력급 터보프롭 엔진은 현재 중고도 무인기에 탑재되는 캐나다산 엔진을 대체하기 위해 개발됐다. 기존 해외 엔진보다 출력 성능을 높이는 동시에 수출 규제 부담을 줄이는 것이 목표다. 현재 1호기 지상시험에 착수했으며 향후 경량화와 비행시험을 거쳐 2030년대 초반 중·고고도 정찰용 무인기에 적용될 예정이다.

5500파운드급 터보팬 엔진은 국내 최초로 독자 개발한 장수명 터보팬 엔진이다. 2010년대 후반 코어엔진 개발을 시작으로 완제 엔진 개발까지 이어졌으며 이번에 시제 1호기의 지상시험에 들어갔다. 2030년 비행시험을 거쳐 미래 유·무인 복합체계에 투입될 무인기의 핵심 동력원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터보팬 엔진 개발이 향후 무인기 체계와 첨단 항공엔진 자립의 출발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김종호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첨단엔진사업팀장은 "엔진 개발에 성공하지 못하면 사실상 무인기 개발도 성공할 수 없다"며 "미래 무인기 체계와 유·무인 복합체계, AI 기반 무인체계로 가기 위한 기술적 초석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6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창원1사업장에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직원이 엔진시운전 설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한화에어로스페이스]

◆ 추력·온도·진동 실시간 측정…데이터로 정밀도 검증하는 항공엔진
다음으로 찾은 곳은 엔진 테스트셀(Test Cell)이었다. 시운전실로 향하는 길에는 '99점의 안전은 필요하지 않다. 안전은 100점이어야 한다'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눈에 띄었다. 내부에는 'JET 1·2 시운전실'이 마련돼 있었고 경공격기 FA-50에 탑재되는 F404 엔진 1기가 시험설비에 장착돼 있었다. 길이 약 3m의 F404 엔진은 설비에 고정된 채 최종 성능 검증을 기다리고 있었다.

시운전실은 실제 항공기와 유사한 U자 형태로 설계됐다. 엔진 왼쪽에는 공기 흡입구 역할을 하는 '벨마우스'가 탑재돼 있었다. 벨마우스는 반원형 철망 구조로 먼지나 이물질이 엔진 내부로 유입되는 것을 막는다. 공기는 엔진 내부에서 압축과 연소 과정을 거쳐 뒤편으로 배출되며 애프터버너가 작동하면 불꽃이 생성된다.

엔진은 천장에 설치된 파란색 테스트 어댑터와 하늘색 트로스트 스탠드로 구성된 설비에 장착돼 있었다. 테스트 어댑터는 엔진 기종이 바뀔 때마다 함께 교체되는 장치로 엔진을 지지하는 동시에 온도와 압력, 회전수 등 각종 센서 데이터를 제어실로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트로스트 스탠드는 시험설비에 고정된 구조물이다. 엔진이 시동을 걸면 앞으로 밀려나가려는 추력이 발생하는데 트로스트 스탠드가 이를 고정한 채 내부의 로드셀로 추력을 측정한다. 엔진에서 발생한 데이터는 테스트 어댑터를 거쳐 디지털 신호로 변환된 뒤 제어실로 전송된다. 제어실에는 시운전 절차와 엔진 상태를 실시간으로 확인하는 모니터 7대가 설치돼 있었다.

창원1사업장 실내에는 이 같은 엔진 시운전실 7개가 운영되고 있다. 이곳에서는 FA-50용 F404 엔진과 KF-21용 F414 엔진은 물론 육군 헬기용 T700 엔진과 보조동력장치(APU) 등 육·해·공군에 적용되는 각종 항공엔진이 최종 성능 검증을 거친다.

항공엔진은 극한의 정밀도가 요구되는 분야다. 블레이드 두께의 미세한 편차와 연소기 링의 용접 틈새, 베어링 조립 과정에서 발생하는 미세한 진동까지 모두 엔진 성능을 좌우한다. 일부 부품은 1마이크로미터(1㎛·1000분의 1㎜) 수준의 정밀도가 요구된다.

이 때문에 작업자가 사용하는 토크렌치에도 디지털 트윈 기술이 적용됐다. 볼트를 규정된 토크값으로 조이면 화면에는 초록색 불이, 기준을 벗어나면 빨간색 불이 켜진다. 빨간불이 들어오면 작업은 처음부터 다시 진행해야 한다. 생산 진척과 재고 현황은 물론 품질 이상과 공정 누락, 납기 지연까지 실시간으로 관리된다.

지난 6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창원1사업장에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직원이 자동화 설비 및 실시간 모니터링 시스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한화에어로스페이스]

◆ 무인운반로봇·자동창고·무인가동…24시간 돌아가는 엔진공장
엔진 시운전실을 나와 차로 3분가량 이동하자 스마트 엔진 가공공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공장 안에서는 보잉 737 MAX에 탑재되는 LEAP 엔진과 에어버스 A320용 GTF 엔진 부품, 해상용 엔진 부품 등이 생산되고 있었다. 이곳은 연간 1000종 이상의 엔진 부품을 다품종 소량 생산하는 전용 생산 라인이다.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IBR(Integrally Bladed Rotor)'이었다. 기존에는 블레이드(Blade)와 디스크(Disk)를 각각 제작한 뒤 조립했지만 IBR은 하나의 금속 덩어리를 통째로 깎아 만드는 일체형 부품이다. 고강도 초합금을 정밀 가공해야 하는 만큼 항공엔진 핵심 부품으로 꼽힌다.

공장 안은 예상보다 조용했다. 작업자 대신 무인운반로봇(AGV)이 공구와 제품을 실어 나르며 생산라인을 오갔다. 엔지니어들은 모니터를 통해 장비 가동 현황과 공정 진행 상황, 작업 시간 등을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일간·주간·월간 단위의 생산 데이터도 한눈에 살펴볼 수 있었다. 제품마다 부착된 스마트 태그를 통해 고유번호와 위치, 공정 진행 상황까지 실시간으로 추적할 수 있다.

공장 안에는 은은한 절삭유 냄새가 감돌았다. 초합금을 가공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열을 식히기 위해 분사되는 냉각유 특유의 냄새였다. 정밀 가공을 위해 실내 온도는 20도(±2도)로 유지됐다. 천장 곳곳에 설치된 약 20여 개의 온도 센서가 실시간으로 환경을 감시했고 기준을 벗어나면 즉시 경고가 발생하고 관련 부서가 설비를 점검한다.

공장 안쪽에는 높이 약 8m의 자동창고가 자리하고 있었다. 약 2000개의 공구를 보관할 수 있는 엘리베이터 방식의 창고로 필요한 공구를 자동으로 생산라인에 공급한다. 다섯 대의 가공기(MT01~05)는 작업자 1명이 동시에 관리한다. 제품을 세팅한 뒤에는 자동 가공이 이뤄지고 야간에는 무인 운전으로 24시간 생산을 이어간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창원1사업장에서 김종호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첨단엔진사업팀장이 국산 항공엔진 개발 현황 및 향후 계획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한화에어로스페이스]

◆ 5500파운드에서 2만4000파운드까지…첨단 항공엔진 독자 개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현재 지상시험에 착수한 5500파운드급 터보팬 엔진을 시작으로 1만파운드급과 2만4000파운드급 첨단 항공엔진까지 개발하는 단계적 로드맵을 마련하고 있다. 무인기 엔진 개발을 발판으로 차세대 전투기급 항공엔진 기술까지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현재 개발을 준비 중인 1만파운드급 터보팬 엔진은 5500파운드급 엔진을 기반으로 출력을 높인 모델이다. 기존 저(低)바이패스 방식과 달리 고(高)바이패스 구조를 적용해 연료 효율을 높이고 장시간 체공이 가능한 고고도 무인기용 엔진으로 개발될 예정이다.

현재 국방과학연구소와 선행기술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올해 시제업체 선정 이후 본격적인 설계와 제작, 시험에 착수할 계획이다. 5500파운드급에서 확보한 코어엔진 기술을 활용해 개발 기간과 기술적 위험을 줄인다는 전략이다.

엔진 성능을 좌우하는 핵심 기술인 '터빈 입구 온도(TIT)'도 단계적으로 높인다. 터빈으로 유입되는 공기의 온도가 높을수록 추력이 커지지만 그만큼 고온을 견디는 소재와 기술이 요구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5500파운드급 1600K, 1만파운드급 1700K, 2만4000파운드급 1900K 수준까지 기술력을 확보한다는 목표다.

최종 목표는 2만4000파운드급 첨단 항공엔진 개발이다. 이 엔진은 애프터버너를 사용하지 않는 상태에서 약 1만2000파운드, 애프터버너 사용 시 최대 2만4000파운드의 추력을 목표로 개발되고 있다. KF-21과의 장착 호환성도 고려해 설계가 진행 중이다. 현재 해당 사업은 방위사업청, 산업통상자원부, 우주항공청이 참여하는 다부처 과제로 기획을 마쳤으며 사업 추진 심사 절차를 밟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첨단 항공엔진 개발이 완료되면 글로벌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 팀장은 "현재 확보한 기술과 소재 기술을 바탕으로 1만파운드급 엔진 설계안을 마련한 상태"라며 "향후 사업을 확보해 독자 항공엔진 기술을 한 단계 더 끌어올리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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