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원전 수출의 새로운 이정표가 체코에서 마련된다. 체코 내륙에 1200MW(메가와트)급 APR1000 원전 2기를 건설하는 사업의 최종 계약이 7일 체결되는 것. 원전 1기당 약 12조원, 총 26조원 규모다. 유럽 원전 시장의 첫 진출로 2029년 착공해 2036년 상업 운전을 목표로 한다.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이후 16년 만의 대형 원전 수주로 한국 원전 기술의 경쟁력을 세계 시장에 다시 한번 입증하는 쾌거다. 체코 원전 프로젝트 수주는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을 주축으로 한국전력기술, 두산에너빌리티, 한전원자력연료(KNF), 한전KPS, 대우건설 등으로 구성된 '팀코리아'가 이끌었다.

◆ “원자로 격납동부터 인프라까지" 대우건설, 원전 건설 시공 전반 책임
핵연료를 채우고 원전 가동 시운전을 돌려보는 것은 모두 원전 시설이 완성돼 있어야 가능하다. EPC(시공) 수행은 대우건설과 두산에너빌리티가 함께 한다. 착공 시점이 2029년으로 정해져 있는 만큼 관련 기업들도 이 시기에 맞춰 대대적인 공사 준비에 나설 예정이다. 앞서 대우건설은 시공 주간사로서 두산에너빌리티와 JV(Joint Venture)를 구성해 주설비공사를 비롯한 기기 설치와 각종 인프라 건설 등 시공 전반을 책임지게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원자로 격납동부터 제어동, 저장수조 등 상용 원전의 대표 설비공사를 맡게 된다. 원자로 부분은 별도로 두산에너빌리티가 한수원으로부터 수주받아 진행할 예정이다. 국내 건설사가 해외 상용 원전에 직접 나선 것은 UAE 바라카 원전 시공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대우건설은 향후 본격 공사가 시작되면 토목과 건축, 플랜트 분야에서 대규모 인력 파견 및 현장지원이 이뤄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올 7월 기준 대우건설의 원자력 경력 보유 직원은 15년 이상이 450명, 10년 이상이 710명에 이른다. 한편, 오는 7일 최종 계약 현장에는 한수원과 두산에너빌리티, 대우건설 등 팀코리아의 주요 경영진들도 참석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 “APR1000용 핵연료도 ‘메이드 인 코리아’···KNF가 만든다
체코 두코바니 신규 원자력발전소 4~6호기(APR1000) 연료는 KNF가 맡는다. KNF는 원자력 연료 국산화와 기술 자립을 위해 1982년 설립된 국내 유일 원자력연료 설계·제조·서비스 전문회사로 대전광역시 유성구에 위치해 있다. 현재 국내외 원자력발전소에 핵연료(핵연료집합체·Fuel Assembly)를 생산·공급하고 있다. 앞서 2009년 한수원이 수주한 UAE 바라카 원전 4기(APR1400)의 핵연료도 전량 KNF이 제작해 공급하고 있다. 

핵연료집합체는 조건에 따라 다르지만 높이 약 3~4m 크기의 거대한 철골 구조물처럼 생겼다. 최상단에 상단고정체부터 고강도 안내관, 저압력강화하단고정체, 연료봉 등 크게 8개 구성품으로 이뤄진다. 여러 구성품이 모아져 있기 때문에 집합체로 부르지만, 이 자체가 발전소에서 사용할 연료다. 여기서 원자력발전소에서 전기를 생산하게 되는 에너지원은 '연료봉'이 담당한다. 집합체마다 차이는 있지만 약 수백 개의 연료봉이 장입된다.

◆ “UAE 이어 체코까지"…한전KPS, 원전 정비 수출 잇는다
원전 건설 후 정비는 한전KPS가 담당한다. 한전KPS는 한국전력공사가 100% 출자해 설립한 발전설비정비 전문 회사다. 한전KPS의 원자력 사업에선 국내외 원자력 발전소의 경상정비 공사부터 계획예방정비, 시운전정비까지 진행한다. 주요 고객사는 한국전력과 한수원을 비롯해 국내 발전사 등이다. 오는 7일 최종 계약 체결을 앞둔 체코 두코바니 신규 원전의 경우 2029년 착공에 들어가 2036년부터 상업 운전을 목표하고 있다. 한전KPS는 2034년 초부터 약 3년간 시운전과 정비보수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현지 지사도 설립해 관련 인력도 채용해야 한다.

이 기간 원자력 설비 진동과 이상 여부부터 각종 발전설비 시운전 등을 수행한다. 3년 이후엔 준공 후 60년에 이르는 원전 운영 기간 경상정비공사와 계획예방정비를 진행할 수 있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이어 해체작업까지 사실상 모든 공사에 주도적으로 참여할 계획이다. 현재 이 업무는 원전수출추진실에서 담당하고 있다. 앞서 한전KPS는 UAE 바라카 원전도 2016년부터 정비사업을 시작해 현재까지도 수익 사업으로 진행하고 있다. 다가오는 체코 원전 시운전까지 한전KPS가 수행하게 되면 해외 원전 사업 실적으로는 UAE 바라카 원전에 이어 두 번째다. 회사가 지난 2013년부터 2024년 말까지 UAE 바라카 원전과 관련한 수주 금액은 6360억원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