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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코 원전 수출⓵] 한수원이 이끌고, 두산이 만들고, 한전기술이 설계한다

  • 오래 전 / 2025.05.02 18:0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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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C 주관사 한수원, 체코 행정절차·공정 관리 등 사업 전 과정 총괄
한국전력기술, ‘체코 맞춤형 설계’로 APR1000 기술 수출 앞장
두산에너빌리티·두산스코다파워, 핵심 주기기·증기터빈 공급

한국형 원전 수출의 새로운 이정표가 체코에서 마련된다. 체코 내륙에 1200MW(메가와트)급 APR1000 원전 2기를 건설하는 사업의 최종 계약이 7일 체결되는 것. 원전 1기당 약 12조원, 총 26조원 규모다. 유럽 원전 시장의 첫 진출로 2029년 착공해 2036년 상업 운전을 목표로 한다.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이후 16년 만의 대형 원전 수주로 한국 원전 기술의 경쟁력을 세계 시장에 다시 한번 입증하는 쾌거다. 체코 원전 프로젝트 수주는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을 주축으로 한국전력기술, 두산에너빌리티, 한전원자력연료(KNF), 한전KPS, 대우건설 등으로 구성된 '팀코리아'가 이끌었다. 

◆ EPC 주관사 한수원, 체코 행정절차·공정 관리 등 사업 전 과정 총괄
원전 수출 사업을 총괄하는 주체는 한국수력원자력이다. 한수원은 EPC(설계·조달·시공) 총괄 주관사로서 설계부터 기자재 조달, 공정 관리와 현지 행정 절차 등 사업 전 과정을 관리하게 된다. 상업운전 이후 운영은 체코 측이 맡는다. 한수원 관계자는 “EPC 전 과정을 한수원이 총괄하지만 준공 이후 운영과 정비(O&M)는 체코 전력공사가 담당한다”며 “앞서 UAE 바라카 원전은 한국전력이 18%의 지분을 갖고 60년 운영에 참여하는 구조지만, 한수원은 발주사의 발주 요건에 따라 EPC까지만 수행한다”고 말했다. 현재 EPC 과정에서 인력 배치 계획 등은 수립 중으로 알려졌다.

계약 체결 일정은 오는 5월 7일. 한수원 관계자는 “현재 체결식 준비만 남았고, 계약 세부 내용은 본계약 체결과 함께 프레스킷 형태로 공개될 예정”이라며 “단순한 민간 기업 간 계약이 아닌 G2G 성격을 띠는만큼 때문에 현재로선 구체적 계약 내용을 밝히긴 어렵다”고 말했다.

한수원은 계약이 체결되면 현재 4기가 가동 중인 체코 두코바니 원전 부지에 신규 원전 5·6호기를 추가로 건설하게 된다. 체코 정부가 추후 테멜린 부지 내 3·4호기 신설을 공식화할 경우, 해당 사업에서도 한수원이 우선협상대상자로서 협상권을 행사할 수 있다. 한수원 관계자는 "현재 체코 정부가 공식적으로 발주를 밝히지 않았지만, 만약 추진된다면 한수원이 협상 테이블에 가장 먼저 오르게 될 것"이라며 "5년 내 추가 수주가 현실화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 한국전력기술, ‘체코 맞춤형 설계’로 APR1000 기술 수출 앞장
체코 두코바니 원전 수출 프로젝트의 기술적 핵심은 APR1000이라는 신규 원전 모델의 수출이다. 이 모델 설계를 담당하는 주체는 한국전력기술로 원자로 계통(1차 계통), 터빈계통(2차 계통), 보조계통(BOP) 설계를 수행하고 있다. 설계 범위는 UAE APR1400을 기반으로 했던 바라카와 동일한 구조다. 설계 계약 구조는 계통별로 나뉘어 있다. 1차 계통의 경우 두산에너빌리티, 한수원과 공급 계약을 체결하고 별도로 설계 계약을 맺는 방식이다. 1차 계통을 제외한 나머지 설계는 한수원이 한국전력기술과 직접 계약을 맺고 수행하게 된다. 한국전력기술 관계자는 "설계 수행 주체는 한국전력기술이지만, 설계 결과물은 모두 한수원에 귀속되기 때문에 체코 정부나 체코전력공사(CEZ)와 직접 기술이전 계약을 맺는 구조는 아니다"며 "설계권과 관련된 권리는 설계 계약을 체결한 한수원 측이 보유하며, 기술이전 여부 역시 한수원이 발주처와 어떤 조건으로 계약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APR1000은 유럽 내 내륙국가의 규제와 지형적 조건에 맞춰 설계된 중형 가압경수로(PWR) 모델로, 기존 APR1400보다 출력을 낮추는 대신 냉각계 최적화와 내진성능 보강 등을 통해 유럽 규제 대응력을 높였다. 실제로 한국전력기술은 APR1000 설계 과정에서 유럽사업자요건(EUR), 서유럽원자력규제자협회(WENRA) 기준을 반영한 표준 노형 설계를 이미 완료했고, 현재는 계약이 체결되면 두코바니 부지에 맞춘 상세 설계를 착수하게 된다. 한수원 측은 지진 등에 대비하기 위해 안전 계통을 강화했다고 설명했다. APR1000은 향후 폴란드와 루마니아, 헝가리 등 유럽 내륙국을 겨냥한 표준 수출 모델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높다. 한국전력기술 관계자는 "APR1000은 유럽 수출을 목적으로 개발된 모델로, 향후 두코바니 7·8호기나 테멜린 부지 후속 사업에도 동일 모델이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한국전력기술 관계자는 “노형 설계 인증은 받았지만 계약이 체결되고 현지 부지에 짓는 과정에서 일부 수정은 불가피하다"며 "모든 설계가 그렇듯 건설 중 발생하는 내용과 인허가 과정에서 수정은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체코 현지 기술진과의 협업 구조와 관련해서는 "사전 단계에서 체코 현지 설계사들이나 기술 기관과는 네트워킹 작업과 MOU 체결 등이 진행됐기 때문에 어느 정도 협업은 이뤄지고 있다고 보지만, 세부 내용은 확인에 시간이 걸리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 두산에너빌리티·두산스코다파워, 핵심 주기기·증기터빈 공급
이번 사업에서 원자로 주기기 공급을 맡고 있는 두산에너빌리티는 1차 계통 주기기 전반에 대한 제작 역량을 갖추고 있다. 원자로용기, 증기발생기, 냉각재펌프(RCP), 가압기 등을 제작할 수 있는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고, 이번 사업에서도 해당 기자재를 공급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구체적인 기자재 항목이나 계약 내용은 아직 구체화되지 않았다. 

두산에너빌리티 관계자는 "한수원과 체코 정부의 본계약 체결 이후, 우리는 한수원과 주기기 공급계약을 체결하게 된다"며 "7일 본계약 체결 이후 구체적인 공급 범위 논의가 이어질 예정이며, 내부적으로는 연내 계약을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두산에너빌리티의 체코 자회사인 두산스코다파워는 15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발전설비 기업이다. 체코와 슬로바키아, 핀란드 등에 원전용 증기터빈 26기를 공급했고, 지금까지 세계 발전 시장에 540기 이상을 납품하며 글로벌 경쟁력을 입증해 왔다. 두산에너빌리티 관계자는 "두산스코다파워는 현지 생산이라는 강점이 있다. 2차 계통인 증기터빈 제작은 두산디스코파워가 현지에서 제작하게 되고 나머지 주요 기기는 국내 창원 공장에서 제작하게 된다"고 전했다.

한편 대신증권은 체코 원전 순공사비를 19조4380억원으로 추정할 경우 주기기 공사 등을 맡은 두산에너빌리티가 전체 공사비의 약 44%를 받을 것으로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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