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 서울에서 부산까지 왕복하고도 남는 거리를 3년 가까이 달렸습니다. 그런데 아직도 멀쩡합니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와 유튜브를 통해 화제를 모은 한 전기차 운전자의 사연이 있다. 주인공은 현대자동차의 전기차 아이오닉 5 롱레인지 모델을 타는 이영흠 씨다. 그는 약 2년 9개월 동안 무려 58만km, 최근까지 총 주행거리 66만km를 기록했다. 일반 승용차가 폐차될 때까지 평균적으로 20만km 안팎을 달리는 것을 감안하면, 보통의 세 배 이상을 이미 주행한 셈이다.

더 놀라운 점은 그 과정에서 차량에 큰 이상이 없었다는 점이다. 이 씨는 기자재 설치 및 수거 업무를 하는 영업사원으로, 수도권과 지방을 오가는 장거리 운전을 매일 반복했다. 하루에 최대 900km, 평균 580km 이상을 달리는 강도 높은 주행과 충전도 대부분 급속충전으로만 행했다는 설명이다. 전기차 배터리에는 그야말로 ‘극한의 조건’이었지만, 아이오닉 5는 버텨냈다.

이러한 사례는 현대차그룹에도 특별한 의미를 안겼다. 지난 3월 말, 이 씨의 차량은 현대차∙기아 남양연구소의 연구 대상으로 선정됐다. 당시 주행거리 58만km에 이른 시점이었고, 현대차 측은 이영흠 씨에게 배터리와 전기 모터 등 주요 구동 부품을 무상 교체하겠다고 제안했다. 실제 사용자의 데이터를 분석해 향후 전기차 개발에 반영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이후 연구소에서 수거한 배터리를 분석한 결과, 배터리의 잔존 수명(SoH)은 87.7%로 확인됐다. 이는 극한의 주행 환경, 빠른 속도의 마일리지 증가, 반복적인 급속충전이라는 조건을 고려하면 상당히 우수한 수준이다. 일부 국가에선 전기차 사용 초기에도 잔존 수명이 빠르게 감소해 불만이 제기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점에서, 이 결과는 더욱 주목받고 있다.

윤달영 현대차∙기아 배터리개발센터 책임연구원은 “이번 사례는 전기차 배터리의 내구성을 입증하는 좋은 예”라며 “극한 조건에서도 충분한 성능을 유지할 수 있도록, 현대차∙기아는 보증 기준보다 훨씬 엄격한 기준으로 전기차를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영흠 씨는 실제 체감된 주행 성능에 대해 “매일같이 100% 급속 충전을 했지만, 60만km가 넘도록 주행 가능 거리도 거의 줄지 않았다”라며 “장시간 운전에도 차량은 안정적인 성능을 유지했고, 실내 정숙성이 뛰어나 오디오북을 들으며 전국을 누비기에 딱 좋은 차였다”고 전했다.

이번 사례는 단순한 개인의 기록에 그치지 않는다. 실사용자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현대차의 품질 입증 사례로, 전기차 기술이 이제는 ‘충전 인프라만 있으면 내연기관차를 완전히 대체할 수 있는 수준’이라는 메시지를 던진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같은 배터리를 쓰더라도 성능 차이는 제조사의 개발 역량에 따라 달라진다”며 “이번 실차 데이터를 활용해 새로운 배터리 설계 가이드를 제안하고, 향후 더 나은 전기차를 개발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현대차그룹은 아이오닉 5를 시작으로 아이오닉 6, EV9, EV3 등 전기차 모델을 연이어 출시하며, 4년 연속 ‘세계 올해의 자동차’에 선정되는 성과를 올리고 있다. 이제는 기술력과 내구성을 바탕으로, 단순한 ‘전기차’가 아닌 ‘더 좋은 차’의 기준을 다시 쓰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