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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력 산하 5개 발전사의 통폐합 논의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2001년 전력산업 구조개편으로 발전 부문이 분리된 지 25년이 흐르면서, 당시 목표였던 경쟁 도입과 효율성 제고를 넘어 이제는 에너지 전환을 감당할 수 있는 구조인지가 핵심 쟁점으로 부상했다. 탄소중립 정책과 전기요금, 에너지 안보 문제가 맞물리면서 발전공기업 체계를 다시 설계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 조영상 연세대 산업공학과 교수는 21일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발전공기업 통합 정책토론회'에서 효율성과 공공성, 에너지 전환 대응이라는 측면에서 발전공기업 구조를 재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국가 경제 효율성 등을 위해 통합 필요성이 크다는 것이다.
◆ “경쟁 도입했지만 효율은 제한적”…구조개편의 한계 드러나
2001년 구조개편으로 한국전력공사의 발전 부문은 동서발전, 서부발전, 중부발전, 남부발전, 남동발전 등 5개 자회사와 한국수력원자력으로 분리됐다. 발전 부문에 경쟁을 도입해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이후 발전사 분할로 설비와 투자가 분산되면서 일부 영역에서는 중복 투자가 발생했고, 규모의 경제가 약화됐다는 분석이 이어지고 있다. 공공 발전부문의 경제 기여도 역시 구조개편 이후 감소한 반면, 민간 발전 확대가 이를 완전히 대체하지는 못한 것으로 평가된다.
조 교수의 분석에서도 구조개편 이후 공공 발전이 GDP에 미치는 영향은 감소했고, 민간 발전의 기여도는 증가했지만 그 폭이 공공 감소분을 충분히 상쇄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 교수는 “경쟁 도입 이후 민간 발전이 시장에 기여한 부분은 분명 있지만, 과거 공공 발전이 담당했던 경제적 역할을 완전히 대체하지는 못했다”고 설명했다.
결국 경쟁 도입이라는 정책 목표와 달리, 전체 시스템 차원에서는 효율이 충분히 구현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 “적정 규모는 2개 수준, 향후 1개 가능성도”…통합 필요성 커져
최근 통합 논의는 단순한 조직 개편이 아니라 적정 규모 문제에서 출발한다.
조 교수 연구에 따르면, 2024년 기준 발전 5사의 총 발전량은 약 196.7TWh로, 적정 운영 규모 약 100TWh를 기준으로 보면 현재 구조는 상대적으로 분산된 상태다. 이를 적용하면 적정 기업 수는 약 2개 수준으로 추산된다.
특히 발전공기업은 규모를 확대할수록 단위 생산비용이 감소하는 구조를 보이고 있으며, 현재 모든 발전사가 규모 확대가 유리한 구간에 위치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다만 이 기준은 고정된 값이 아니다. 에너지 전환으로 화력 발전량이 지속적으로 감소하면서 적정 기업 수는 1.8개 수준까지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으며, 향후 더 줄어들 가능성도 제기된다.
조 교수는 “과거에는 3~4개 수준이 적정 규모로 분석됐지만 최근에는 2개 수준으로 낮아졌고, 향후에는 1개에 가까워질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즉 현재 구조는 물론, 향후에도 통합 필요성이 커질 수밖에 없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의미다.
◆ “효율이 아니라 에너지 전환”…핵심은 비용과 역할의 재설계
현재 논의의 쟁점은 단순한 통합 여부를 넘어선다.
탄소중립 정책으로 석탄과 LNG 발전이 축소되고 재생에너지 확대가 가속화되면서, 발전공기업의 이용률과 시장 점유율은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특히 신재생 확대가 민간 중심으로 이뤄지면서 공공 부문의 역할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통합 방식에 대한 선택도 갈린다. 2~3개 체제로 재편하는 방식은 단기 효율성 측면에서는 현실적인 대안으로 꼽히지만, 장기적으로는 발전량 감소 추세를 반영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반면 단일회사 체계는 투자와 인력, 전략을 통합적으로 운영할 수 있어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을 조직 내부에서 조정할 수 있는 구조라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조 교수 연구에 포함된 발전공기업 직원 대상 설문조사에서는 발전공기업 통합이 에너지 전환의 안정성과 속도, 대응 역량을 높일 것이라는 응답이 70% 이상으로 나타났다. 다만 고용 안정성에 대한 우려도 함께 나타나면서 제도적 보완 필요성도 제기된다.
조 교수는 “통합 논의가 단순한 조직 효율화가 아니라 에너지 전환과 공공성, 정의로운 전환을 함께 고려하는 방향으로 설계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통합 논의의 본질이 “몇 개로 나눌 것인가”가 아니라, 전환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과 역할을 어떻게 배분할 것인가에 있다는 의미. 즉 발전공기업 통합 논의가 전력산업 전반의 구조를 다시 설계하는 문제로 확장돼야 한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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