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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 日 생명선”…봉쇄 시 물량 부족 경제 붕괴 경고

미국과 이란 간 충돌이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면서 호르무즈 해협 위기가 중동 지역을 넘어 글로벌 안보·경제 문제로 번지고 있다. 에너지 수급 불안과 서방 동맹 내 균열 가능성이 함께 거론되면서 한국의 외교·안보 대응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미-이란 충돌 장기화와 호르무즈 해협: 한미일 전략적 대응’ 세미나에서는 군사적 성과와 한계, 외교 해법, 에너지 안보 리스크 등이 집중 논의됐다.
세미나를 주관한 이준석 의원은 “중동 전쟁과 호르무즈 해협 위기는 더 이상 지역 문제가 아닌 대한민국의 생존과 직결된 사안”이라며 “단순 방관의 시대를 넘어 한국은 한·미·일 3국 협력 틀 안에서 보다 적극적이고 전략적인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발제에 나선 게리 세모어 브랜다이스대학교 크라운 중동연구센터장은 이번 전쟁을 “어느 쪽도 승리하지 못한 전쟁”으로 평가하며 전면전과 협상 가능성이 동시에 열려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이란 공격으로 이란 고위 지도부가 사살되고 핵 프로그램과 미사일·드론 생산 기반이 타격을 입는 등 일정한 군사적 성과가 있었지만, 이란 체제는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핵무기 전용이 가능한 고농축우라늄(HEU) 비축과 미사일·드론 전력도 남아 있다.
특히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통제 능력을 입증하며 국제 에너지 시장에 직접적인 충격을 가한 점이 핵심 변수로 지목됐다. 현재 미국과 이란은 파키스탄 중재로 2주간의 휴전에 합의하고 평화회담을 진행 중이다. 다만 전쟁 종결 조건을 둘러싼 입장 차가 커 단기간 내 합의 도출 가능성은 낮다는 평가다.
◆ 호르무즈 리스크 속 동맹 균열 심화…“韓 방산 수출 기회“
이번 충돌은 동맹 구조에도 영향을 미쳤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동맹국들이 호르무즈 해협 보호를 위한 군사 참여를 거부하면서 미국과 유럽 간 갈등이 불거졌고 미국은 동맹국들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반면 한국·일본·호주 등 아시아 동맹국들은 직접 개입을 피하면서도 미국과의 관계를 유지하는 전략을 택한 것으로 평가된다. 세모어 센터장은 “평화회담을 통해 해협 재개방 합의가 이뤄질 경우 한국이 항행의 자유 감시를 위한 국제군에 참여할 기회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아랍 걸프 국가들에 대한 한국의 방산 수출 가능성도 존재하며, 특히 미사일 및 드론 방어 분야에서 천궁-II(M-SAM) 체계가 유망하다”고 덧붙였다.
세모어 센터장은 미국의 이란과 북한에 대한 대응 전략이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점도 지적했다. 미국은 이란의 핵무장을 저지하기 위해 군사력 사용도 감수하는 반면, 북한의 핵·미사일 고도화는 사실상 억제하지 못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어 “한미 동맹은 핵 억제력 강화와 재래식 전력 우위 확보를 중심으로 대응해 왔지만, 전면 충돌 시 민간 피해는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또한 이란 전쟁에서 드러난 드론전 양상이 한반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북한의 자폭 드론 전력 확대 가능성과 함께, 이에 대응하기 위한 한미 미사일·드론 방어체계 개선 필요성도 강조됐다.

◆ “호르무즈, 日 생명선”…봉쇄 시 물량 부족 경제 붕괴 경고
가네하라 노부카스 일본 도시샤대 교수(전 일본 국가안전보장국 초대 차장)는 호르무즈 해협 위기를 일본 경제의 존립과 직결된 사안으로 규정하며, 해상교통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가네하라 교수는 “세계 주요 항로를 통해 약 4000척의 선박이 글로벌 경제를 연결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이 일본 상선대 소속“이라고 설명했다.
호르무즈 해협은 걸프 지역에서 일본으로 향하는 원유 수송의 핵심 경로로, 일본은 전체 원유의 약 90%를 이 해협을 통해 수입하고 있다. 하루 평균 약 2000만 배럴의 원유가 이 해협을 통과하며 이는 전 세계 소비량의 약 20% 수준이다. 일본으로 향하는 물량만 해도 하루 약 240만 배럴에 달한다.
가네하라 교수는 “호르무즈 해협에는 사실상 대체 항로가 존재하지 않는다”며 “봉쇄가 장기화될 경우 단순한 가격 상승이 아닌 물량 부족의 위기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일본이 약 250일분의 전략 비축유를 보유하고 있지만, 이마저 소진될 경우 경제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다.
이어 해협 봉쇄 상황을 “적국 해군이 일본 열도를 봉쇄하고 유조선을 공격하는 것과 유사한 수준”이라며 “국가 존립을 위협하는 사안이자 사실상 무력공격에 준하는 상황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향후 대응과 관련해 가네하라 교수는 미·이란 간 확고한 휴전 이후 다국적 협력 체제 하에서 소해 작전이나 유조선 호위 임무 참여가 검토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현재로서는 전쟁 종결 방식과 협상 결과가 불투명한 만큼 호르무즈 해협 위기의 전개 역시 예측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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