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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제일제당이 설탕과 밀가루의 B2B(업소용)·B2C(소비자용) 전 제품 가격을 인하했지만, ‘물가 안정 동참’이 결국 담합 수사 대응 및 이미지 관리를 위한 꼼수란 지적도 나온다. 검찰은 대한제분·사조동아원·삼양사 등과 함께 CJ제일제당이 밀가루·설탕 가격 담합을 통해 총 9조원대 규모의 시장을 왜곡한 것으로 판단했다.
CJ제일제당은 이 과정에서 리니언시(자진신고 감면) 활용 의혹까지 받고 있다. 일단 관련 업체들이 설 명절을 앞두고 '소비자 부담 경감'을 내세워 일제히 설탕과 밀가루 가격을 내렸지만, 업계 전반의 구조적인 가격 조정으로 이어질지는 아직 미지수다.

◆ 설탕·밀가루 'B2B·B2C용 가격' 일제히 인하
12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CJ제일제당은 최근 일반 소비자용(B2C) 설탕, 밀가루 전 제품의 가격을 내리기로 했다. CJ제일제당은 지난달 초 업소용(B2B) 설탕과 밀가루 가격을 각각 평균 6%, 4% 인하했다. 이어 일반 소비자용(B2C) 설탕·밀가루 전 제품의 가격을 내린 것이다.
인하율은 백설 하얀설탕, 갈색설탕 등 B2C 설탕 제품(총 15 SKU)이 최대 6%(평균 5%)다. 백설 찰밀가루, 박력1등·중력1등·강력1등 밀가루의 경우 전 제품(총 16 SKU) 최대 6%(평균 5.5%)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최근 국제 원당·원맥 시세를 반영했다"고 밝혔다.
이어 "정부의 물가안정 기조에 적극 동참하는 차원에서 가격을 내리기로 했다”며 “명절을 앞두고 소비자들의 부담을 더는데 조금이나마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라고 덧붙였다. 다만, CJ제일제당의 이같은 가격 인하는 최근 불거진 '담합' 이슈 때문이란 해석도 나온다.
◆ 가격 담합 수사에 대통령도 "물가 안정" 압박
검찰은 대한제분과 사조동아원, 삼양사 등 6개 업체 대표 및 임직원 14명을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이 추산한 담합 규모는 5조9913억원이다. 국내 설탕시장의 90%를 차지하는 CJ제일제당, 삼양사의 임원 등도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이 3조2715억원 규모의 설탕 가격을 담합했다고 본 것이다.
또 이재명 대통령은 "독과점을 이용해 국민에게 고물가를 강요하는 행위는 국가의 공권력을 총동원해 반드시 시정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고, 이런 '물가 안정' 주문은 가격 인하의 결정타가 됐다. 여기에 CJ제일제당은 밀가루·설탕 담합 기소 대상에 오르지 않아 리니언시 활용 의혹까지 받고 있다.
설탕·밀가루 점유율 1위 기업이 담합으로 가격이 인상되면 매출 증가 효과를 누릴 수 있다. 담합한 기업들과 비슷하게 인상했어도, 높은 시장점유율을 차지한 CJ제일제당의 매출 증가효과는 경쟁사보다 컸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런데 리니언시를 활용해 상대적으로 낮은 강도의 처분을 받게 되는 상황을 만들었다.

◆ 가격 인하는 꼼수?..."결국 제 발 저려서"
CJ제일제당은 2006년에도 6년간 조직적으로 밀가루 가격을 담합했었고, 당시에도 리니언시 제도를 활용했다. CJ제일제당에 부과된 과징금은 대한제분 121억원, 동아제분 82억원보다 낮은 66억원이었다. 결국 '제 발 저린' CJ제일제당은 "명절을 앞 둔 소비자의 부담 줄이기"란 명목으로 그럴듯 하게 가격을 내린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CJ제일제당의 이번 조치는 표면적으로는 물가안정 기조에 동참하는 모습이지만, 담합 논란 이후 이미지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한 대응 성격이 짙다”며 “명절을 앞둔 시점에서 소비자 눈높이를 의식한 행보로 읽힌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가격 인하 결정이 순수하게 사회적 책임감에서 비롯됐다고 보긴 어렵지만, 당장 시장과 소비자에게 긍정적 신호를 주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며 “결국 기업이 얼마나 지속적으로 물가 안정에 기여하느냐가 판단 기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가격 인하 '식품업계 조정' 신호탄 될까
아울러 제분, 제당 업계가 담합 적발 이후 밀가루와 설탕 가격을 잇달아 인하하면서 이를 계기로 가격 조정 논의가 확산될지도 관심사다. 다만, 아쉽게도 그 효과는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밀가루와 설탕은 라면과 제과, 제빵 등 가공식품 전반에 사용되는 핵심 원재료다.
그동안 식품업계가 원재료 가격 상승을 근거로 제품 가격을 인상했던 만큼, 가격 하락 국면에서도 일정 부분 조정이 되지 않겠냐는 논리다. 밀가루를 주 재료로 사용하는 라면업계 관계자는 "원재료 비용도 중요하지만, 환율 부담이 커 밀가루 가격이 인하된다고 곧바로 상품 가격이 인하되긴 어려울 것"이라고 전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대통령의 한마디 지적으로 단기적인 가격 인하 조치의 성격이 짙다"면서 "원재료 가격 변동, 환율이라는 변수 때문에 밀가루를 많이 사용하는 식품사까지도 연쇄적인 가격 인하가 나타나야 물가 안정을 체감하는 것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팍스경제TV 박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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