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기아가 세단형 전기차 'EV4'를 전기차 라인업에 새롭게 추가했습니다. SUV 일변도의 전략에서 방향을 넓히는 흐름입니다.

크기는 아반떼와 비슷합니다. 김홍모 기자가 살펴봤습니다.

[리포트]
낮고 길게 뻗은 차체 위로, 별빛을 형상화한 스타맵 시그니처 라이팅이 은은하게 반짝입니다. 단단한 선과 매끈한 면이 만나는 이 차는, 기아가 전기차 시대를 맞아 처음 내놓은 전동화 세단 'EV4'입니다.

SUV가 대세인 전기차 시장에서, 기아는 "세단은 안 돼?"라는 물음을 던졌습니다.

'EV4'는 전장 4,730mm의 준중형급 전기 세단입니다. 차체 크기는 국민차 아반떼와 비슷하지만, 휠베이스는 2,820mm로 한 체급 위 차량 못지않은 실내 공간을 갖췄습니다. 전기차 특유의 평평한 바닥 구조 덕분에 체감 공간은 더욱 넓게 느껴집니다.

2열에 앉은 성인의 다리 앞 공간은 주먹이 넉넉히 들어갈 만큼 여유가 있었고, 천장 구조는 굴곡을 줘 헤드룸 역시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운전석에 앉으면 좌우로 길게 이어지는 파노라믹 와이드 디스플레이가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12.3인치 클러스터와 인포테인먼트, 5인치 공조 화면이 연결돼 감각적이면서도 정보 전달이 명확합니다.

이 가운데 5인치 공조 화면은 최근 출시된 기아 타스만에 이어 EV4에도 적용된 구성으로, 향후 기아 신차들의 새로운 기준이 될 가능성도 엿보입니다.

홈·맵·미디어·설정 등 주요 기능 버튼은 햅틱 진동이 더해져 조작의 재미와 직관성을 높였고, 공조 기능은 물리 버튼을 병행해 안정감을 더했습니다.

여기에 슬라이딩 콘솔 테이블이나 회전형 암레스트 같은 독특한 아이디어는 전기차 시대를 맞아 기아가 꾸리는 차량 실내 공간에 대한 정의를 엿볼 수 있습니다.

주행을 시작하자 전기차 특유의 고요한 감각 속에서 부드럽고 민첩한 움직임이 인상적으로 다가옵니다. 출발 직후부터 이어지는 토크의 매끄러운 전달, 가볍고 직관적인 조향감도 눈에 띄었습니다.

EV4에는 'i-페달 3.0'이 적용돼 가속부터 감속, 정지까지 하나의 페달로 제어할 수 있습니다. 회생제동은 스티어링 휠 뒤 버튼으로 조절 가능하며, 단계에 따라 회수된 에너지가 얼마인지도 실시간으로 표시돼 효율 운전에 도움을 줍니다.

세단 특유의 낮은 무게중심은 코너링에서 안정감을 더했고, 전기차의 정숙성과 반응성까지 더해지면서 전체적인 승차감은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공식 복합 전비는 5.8km/kWh. 이번 시승에서는 7km를 넘기는 기록도 확인됐고, 66km가량을 주행한 뒤에도 남은 주행거리가 450km 이상었습니다. 최대 주행 가능 거리 533km는 현대차그룹 전기차 중 가장 긴 수준입니다.

다만 아쉬운 점도 없지 않았습니다. 풍절음과 노면 소음이 예상보다 크게 유입됐고, 일부 커넥티비티 기능의 응답성도 느리게 느껴졌습니다. 또한 뒷유리는 해치백처럼 작아 시야가 좁았고, 중앙이 불룩 솟아올라 후방 시야를 더욱 가렸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성비는 높은 편입니다. 전기차 세제 혜택과 정부·지자체 보조금(서울 기준)을 적용하면 스탠다드 모델은 3000만 원대 중반, 롱레인지 모델은 3800만 원대에서 구매가 가능합니다. 이 가격에 533km의 주행거리와 준중형급 공간, 그리고 전기차의 실용성을 모두 갖춘 차는 흔치 않습니다.

세단의 감성과 전기차의 효율을 모두 담아낸 'EV4'. 전기차의 기준을 다시 써나갈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지금까지 팍스경제TV 김홍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