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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정보유출 사태가 대한민국 사회 전체를 들쑤시고 있다. 대형 금융사와 유통업체 등에 등록된 고객 정보들이 와르르 쏟아져나와 불안감을 키웠다. 이번 만이 아니다. 잊을 만하면 대규모 정보유출 사태가 불거진다. 이른바 '해킹 대한민국'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다. "설마" 하는 보안 불감증이 늘 일을 키운다. 이번에는 정말 마지막이어야 한다. 따라서 최근 발생한 사태들을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사태들의 여파가 어느 정도 확산됐고, 어떻게 수습되고 있는지 진단해봤다.

쿠팡 창업자이자 쿠팡의 모회사 쿠팡아이엔씨(Inc)의 김범석 이사회 의장의 해킹 사태 대응 방식은 결국 '책임 회피'다. 그는 국회 청문회 출석도 거부했다. 박대준 전 쿠팡 대표, 강한승 전 대표 등 주요 경영진들도 출석하지 않는다. 오직 쿠팡 임시 대표로 선임된 해롤드 로저스(Harold Rogers) 쿠팡Inc 최고관리책임자 겸 법무총괄이 참석한다. 이와 함께 쿠팡은 법적 대응에만 주력하는 모습이다. 결국 소비자들 분통을 터뜨리며, 줄줄이 회원 탈퇴를 하고 있다.

◆ "글로벌 CEO라 바쁘다"...김범석 의장, 이번에도 청문회 불참
1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김범석 의장은 오는 17일로 예정된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개인정보 유출 관련 청문회에 참석하지 못한다고 공식 통보했다. 김 의장은 전날 오후 해외 비즈니스 일정으로 인해 청문회 출석이 어렵다는 사유서를 제출했다.
사유서에서 김 의장은 "현재 해외에 거주하며 전 세계 170여 개 국가에서 사업을 운영하는 글로벌 기업의 최고경영자로서 공식적인 업무 일정이 있어 부득이하게 출석할 수 없다"고 밝혔다. 김 의장의 이런 행동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10년전 국정감사 때도 농구를 하다 아킬레스 건이 파열됐다는 이유로 국정감사에 출석하지 않았다. 물류센터 노동자 사망사고 논란 때도 해외 체류를 이유로 출석을 거부했었다. 또 지난 10월 국정감사 당시에도 해외 체류와 출장 일정을 이유로 증인 출석을 거부한 바 있다.
같은 날 청문회 증인으로 지정된 박대준 전 쿠팡 대표와 강한승 전 대표도 각각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 박 전 대표는 이미 지난 12월 초 국회 정무위원회와 과방위에 출석해 관련 내용을 모두 답변했으며, 최근 대표직에서 물러난 상황이라 건강 문제와 함께 출석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강 전 대표는 올해 5월 말 대표직을 사임하고 미국에서 거주 중이라 사고 발생과 무관하며 회사 입장을 대변할 위치에 있지 않다고 전했다. 대신 지난 10일 선임된 해럴드 로저스 대표가 청문회에 참석할 예정이다. 결국 위원회는 김 의장에 대한 법적 조치 가능성을 포함해 후속 대응을 검토하기로 했다.
또 향후 대규모 플랫폼 기업의 책임 강화를 위한 입법 논의도 병행할 방침이다. 최민희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모두 무책임한 사유로 인정할 수 없다"며 "위원장으로서 출석 불허 방침을 밝히고 합당한 책임을 묻겠다"고 강경한 입장을 표명했다.

◆ 새 대표가 청문회 참석..."나는 몰라요" 무의미한 질의 노리나
사실 이 같은 행보는 쿠팡이 지난 10일 미국 법무 전문가인 해롤드 로저스를 새 대표로 선임할 때부터 예상됐던 바다. 쿠팡은 국회 청문회를 일주일 앞두고 대표를 미국인으로 전격 교체한 바 있다. 쿠팡을 향한 정부의 전방위 압박이 거세지자 미국 모회사가 직접 전면에 나서는 모양새인듯 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미국인 대표를 상대로 질의가 이루어질 수 없는 점을 이용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실제로 과거 다른 글로벌 기업 CEO들도 국회 출석 당시 통역을 대동해 영어를 쓰고, 동문서답을 하는 방식으로 공격을 피해갔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10월 가맹점 갑질 논란으로 국정감사에 불려나온 곽근엽 아디다스 코리아 대표이사는 처음에는 한국말을 못 알아듣는 척, 영어로 대답하다가 유청하게 한국말을 하는 영상이 공개돼 비난을 받았다. 이에 한국어를 할 줄 모르는 미국인을 앉혀 상황을 모면하겠다는 꼼수한 의견이 나온다.

◆ 소비자 "쿠팡 안쓴다" 쿠팡 탈퇴 '러시'...보상안은 대체 언제
소비자들도 분노하고 있다. 쿠팡이 사태 수습보다 법적 대응에 주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서다. 그러자 회원 탈퇴도 잇따르고 있다. 이미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쿠팡 탈퇴 방법’이나 ‘탈팡(쿠팡 탈퇴) 인증’ 게시글이 잇따른다. 집단소송을 위해 개설된 인터넷 카페는 60여개, 가입자만 65만명에 달한다.
네이버 유명 맘카페에서도 "회사측의 대응이 '할많하않'이네요. 앞으로 다시는 가입하지도 사용하지도 않으려고요" "쿠팡 오너마인드가 양아치예요" "해지했어요. 그렇지 않으면 계속 그럴 것 같아서요" 등의 비판이 쏟아졌고, 많은 회원들이 탈퇴 소식을 공유했다.
한편, 쿠팡은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을 신고한 지 한 달 가까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구체적인 보상안을 내놓지 않고 있다. 올해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발생한 주요 기업들이 신고 후 평균 4.2일 만에 보상 대책을 발표한 것과 대조적이다. SK텔레콤은 지난 4월 20일 유심해킹사고를 신고했다.
이어 같은 달 27일 유심 무상 교체를 골자로 한 보상안을 발표했다. 롯데카드도 지난 8월 1일 결제 정보 서버가 해킹되자 신고 사흘 만에 피해 보상을 약속했고, KT도 사흘 뒤 해킹 사건 보상안을 발표한 바 있다. 쿠팡이 개인정보 유출을 신고한 것은 지난달 18일이며, 이달 3일 박대준 쿠팡 전 대표가 국회에 출석했다.
당시 그는 "피해자에 대해 (보상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 밝혔지만, 이후 어떠한 추가 조치도 나오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법적 리스크를 줄이려고 섣불리 나서지 않고 있는 것 아니겠냐"며 "기업의 신뢰 회복이 우선인 상황에서 이런 행동으로 여론만 더욱 악화될 것 같다"고 말했다.
팍스경제TV 박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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